daily expression/notes, thoughts

say hi to una vagabunda muy legal...

Writing Sam 2023. 9. 3. 21:53

언제나 책상 위에는 펼쳐진 공책이 있다.

노트 안에는 장 봐야할 목록, 공과금 계산한 흔적, 지나가는 생각들이 어지럽게 적혀있다.

가끔 뭔가 써보려고 펜을 들고

비장하게 노트를 바라보고 있으면

도무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.

 

술을 마시면 산만한 내 생각들이 술술 나온다

그렇게 줄이 잔뜩 준비되어있는 공책은

내가 혼자 술을 마신 날이면 

어지러운 글씨들로 바득 바득 채워진다.

 

 

여기 스페인에 오고 나서

무언가 써보려고 노력했다.

처음의 몇 주 , 한 달째 되던날

그치만 이 작은 공책에 터져서 쏟아지는 감정과 생각들을 담기란 불가능하게 보였다.

 

그냥 적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텐데

질서나 논리를 생각하지 않고도

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 

다 털어 놓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

 

이런저런 넋두리 끝에 나는 다시 내 블로그로 돌아왔다.

 

시작하고 애쓰고 덮어버리고

몇 번의 반복 끝에 나는 또 다시 시작의 자리에 섰다.

 

이 크고 넓은 지구에서

평범하게 살아보려는 인간 중에 하나로서

나는 불가해한 삶의 의미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보려고 노력해왔던 것 같다.

지금도 그렇고.

 

그렇기에 내가 무언가를 끄적이는데 거리낌이 없었으면 좋겠다.

 

 

이틀 동안 내리던 비가 막 그치고

햇살이 거리에 가득하다.

어제 내 얼굴에 드리웠던 그늘도 사라지고 있다.

 

나는 젖은 신발과 더러워진 바닥을 치우고

새로운 한 주를 예쁘게 맞아보려고한다.